
1
설악산 대청봉에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기진맥진한 상태의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올라오시더니, 정상석이 보이게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워낙 길었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매우 지친 모습이셨던 할머니께 연세를 여쭤보니 76세라고 하셨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연세에 혼자 올라오셨다는 말씀에, 정상에 올랐다는 우리들의 자부심은 이내 겸손함으로 바뀌었다.
할머니는 산에 오르기 전 생수 2리터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초여름의 무더운 날씨 탓에 산행 도중 물을 다 마셔버렸고, 중청대피소에서 새로 구입할 생각으로 갈증을 참으며 계속 올라오신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중청대피소는 철거 및 신축 공사로 폐쇄된 상태였다.
대피소를 보고 망연자실하셨을 할머니의 상실감이 감히 상상이 간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600미터, 경사가 심한 난코스이다.
할머니는 포기할까 고민하다가도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은 밟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육체적 고통은 둘째치고 심한 갈증을 견디며 올라오셨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의지였다.
할머니의 모습은 안쓰러워 보였고, 무엇보다 앞으로의 하산길이 매우 걱정되었다.
희운각대피소로 가신다고 하는데, 그곳까지는 2.7km가 넘는 가파른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0.5리터 생수 한 병을 건네드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한 모금만 마시고 돌려주겠다고 하셨다.
본인도 심한 갈증을 겪고 계셨으면서도, 등산객에게 물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기에 차마 다 받지 못하시는 듯했다.
우리는 여유가 있으니 다 마셔도 괜찮다고 권해드렸고, 할머니는 몇 번이나 거절하시다가 연신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물을 받으셨다.
이 상황에서 생수 한 모금은 할머니께 그야말로 '생명수'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2
우연이었을까?
주님은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때 그곳에 체력 고갈과 심한 탈수로 힘들어하는 할머니가 올라오실 것을.
그래서 그 할머니에게 생수를 건네주기 위해 우리를 미리 준비하시고 도구로 사용하셨던 것은 아닐까 조용히 묵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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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에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기진맥진한 상태의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올라오시더니, 정상석이 보이게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워낙 길었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매우 지친 모습이셨던 할머니께 연세를 여쭤보니 76세라고 하셨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연세에 혼자 올라오셨다는 말씀에, 정상에 올랐다는 우리들의 자부심은 이내 겸손함으로 바뀌었다.
할머니는 산에 오르기 전 생수 2리터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초여름의 무더운 날씨 탓에 산행 도중 물을 다 마셔버렸고, 중청대피소에서 새로 구입할 생각으로 갈증을 참으며 계속 올라오신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중청대피소는 철거 및 신축 공사로 폐쇄된 상태였다.
대피소를 보고 망연자실하셨을 할머니의 상실감이 감히 상상이 간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600미터, 경사가 심한 난코스이다.
할머니는 포기할까 고민하다가도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은 밟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육체적 고통은 둘째치고 심한 갈증을 견디며 올라오셨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의지였다.
할머니의 모습은 안쓰러워 보였고, 무엇보다 앞으로의 하산길이 매우 걱정되었다.
희운각대피소로 가신다고 하는데, 그곳까지는 2.7km가 넘는 가파른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0.5리터 생수 한 병을 건네드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한 모금만 마시고 돌려주겠다고 하셨다.
본인도 심한 갈증을 겪고 계셨으면서도, 등산객에게 물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기에 차마 다 받지 못하시는 듯했다.
우리는 여유가 있으니 다 마셔도 괜찮다고 권해드렸고, 할머니는 몇 번이나 거절하시다가 연신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물을 받으셨다.
이 상황에서 생수 한 모금은 할머니께 그야말로 '생명수'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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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을까?
주님은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때 그곳에 체력 고갈과 심한 탈수로 힘들어하는 할머니가 올라오실 것을.
그래서 그 할머니에게 생수를 건네주기 위해 우리를 미리 준비하시고 도구로 사용하셨던 것은 아닐까 조용히 묵상해 본다.